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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담다
과거와 현재, 한국, 중국, 일본의 찻그릇을 색다른 시선으로 감상하다.
어느 날, 어느 정취로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 고려 청자흑소락모란문완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두운 밤하늘 아래 핀 모란의 형상이 선명하다. 색도 보이지 않고 주변의 경치도 보이지 않지만 겹겹이 쌓여 하나의 절정을 이루는 모란꽃을 바라보며 그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야 할 길의 고단함을 생각한다.
'비범한 근심은 비범한 사물로서만 해결된다' : 16세기 조선의 덤벙사발과 일본의 와비차
이 그릇은 와비차를 통해 세상을 바꾸어보려던 차인들에게 와비차가 바라보는 세상의 외면과 내면의 아름다움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이 덤벙 사발은 태생적으로도, 당대의 미적인 기준에서도, 쓰임새에서도 파격이었다. 단순한 부정에 의한 대안의 제시가 아니라
곧은 물결 : 15대 키치자에몬의 검은라쿠, 가을국화
이 ‘가을국화(黒樂茶碗秋菊)’를 완성하며 키치자에몬은 젊었을 적 그토록 자신을 괴롭혔던 고민을 털어낼 수 있었을까. 이제는 다음 대에 자리를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난 작가에게 묻고 싶다. 주인공의 자태를 보라. 그리고 여기에 차를 담아 마시는 상상을
꽃잎 모양 다완, 당나라 백자와 탐미주의자 육우
은은한 유백색의 몸통 아래로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높이의 굽이 넉넉하고, 완만한 경사의 면은 솟아오르기보다는 흘러 떨어지는 듯 우아하다. 꼭대기의 전은 그저 편평하게 둘러치지 않고 연꽃잎 다섯 장이 서로 모인 듯 벌어진 듯 아리송하게 붙어서 심심
故 김대희, 청자연꽃보듬이: 어제로부터 태어나 내일을 위한 힘이 될, 오늘의 그릇
화룡점정은 작가의 유희적인 측면이다. 과함은 없는 것만 못하다고 하지만 작가에게 이러한 표현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청자의 고고한 매력에 양각으로 새겨진 연꽃문양, 당당하고 안정감 있는 형태 위에 수없이 많은 세로 선이 촘촘히 들어섰다. 연꽃은 이전까
프롤로그 : 찻그릇, 이상하고 아름다운
아름다움은 나와 모든 사물의 안과 밖과 그 사이에 있지만, 동시에 밖에 그대로 두고 보아야 하거나, 안에 들여와 액자에 넣어 걸거나 장식장 위에 올려두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매일 손으로 쥐고 감싸고 다루는 미술품으로서 찻그릇은 독특한 힘을 가진다.
남은 아쉬움을 활용하는 방법 : 명마황반청자다완(名馬蝗絆靑磁茶碗)
시대를 담다 : 한국·중국·일본의 차 마시는 그릇 13 - 소한에서 대한으로 (下) 옻을 칠했어야 할 부분에 저것이 웬 말인가. 꺽쇠가 균열의 양옆을 관통하여 마치 도로 위로 난 육교처럼 도드라져 보인다. 세월의 힘으로 녹이 슬어 새까맣게...
치밀하고 폭력적이며 아름다운 : 대파산화문천목다완(玳玻散花文天目茶碗)
시대를 담다 : 한국·중국·일본의 차 마시는 그릇 12 - 소한에서 대한으로 (上) 나는 이 그릇을 처음 보았을 때의 기분을 기억한다. 달과 별, 밤하늘의 구름과, 즐비한 삼나무 능선이 하늘과 접하는 산, 그 속에 얼룩 같은 달그림자와 번쩍이며...
안쓰럽고 당황스러운 : 19세기 조선백자청화수복문대발
시대를 담다 : 한국·중국·일본의 차 마시는 그릇 11 _ 번외편 이것은 찻그릇인가 국그릇인가 높이 9.7cm, 입지름 21.7cm, 바닥지름 9.3cm의 큰 사발형태로 바닥과 입지름의 전통적인 1/4 균형을 깼다. 보다 투박해지는 대신 물리적인...
탐미주의자가 찻그릇을 만든다: 북송여요청자잔탁
시대를 담다 : 한국·중국·일본의 차 마시는 그릇 09 이 빛깔을 무어라 설명할 것인가. 초록빛깔과 파랑이 섞이고, 하양과 회색빛깔이 감도는데 그나마 우리나라 말에는 푸른빛깔이라는 좋은 단어가 있어 한결 설명하기 수월하다. 하지만 이 마저도 이...
밝은 보듬이들을 만나다
시대를 담다 : 한국·중국·일본의 차 마시는 그릇_특별편 그릇을 색깔로 구분하기 시작한 때가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흰 것을 백자라 부르고 그 전통이 한 번 일었다 시들어버린 오늘, 이 그릇이 정말 백자라는 것은 알겠다. 문화권에...
하얀 몸 흙 위에 입은 것은 그저 흰 물감이 아니라 밝은 빛이다
시대를 담다 : 한국·중국·일본의 차 마시는 그릇_특별편 흔히 색깔을 지칭할 때 우리는 명시적인 단어를 사용한다. 흰색, 검은색, 노란색 같은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세상 대부분 일이 그러하듯 온전히 이것이거나 저것이지 못하고 그 사이에서...
破格의 힘,부서지는 파도가 밀어올린 아름다움_16세기 오리베류 찻사발
시대를 담다 : 한국·중국·일본의 차 마시는 그릇 07 어떻게 만들었는지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둥그렇게 물레를 돌렸다가 서서히 힘을 빼면서 비틀었을까. 아니다. 그러기에는 세 번에 걸쳐 난 층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세 층을 각각...
평범함과 아름다움의 경계 : 13세기 원나라 균요천람완
높이 7.2센티, 입지름 17.5센티, 굽지름 5.7센티의 평범해 보이는 크기와 모양의 찻그릇. 완만하게 감싸 올라가 둥글게 돌다 끝이 나는 넓적한 면은 동시에 묘한 직선의 느낌으로 날카로운 기세가 있다. 굽에서 전으로 올라가는 곡선은 활처럼 휘지만
선물 같은 하루, 어제와 다른 오늘을 녹여 마실 차는 어디에 담아야 좋을까 : 보듬이展 - 시대를 담을 새로운 그릇 굽이 없는 보듬이
시대를 담다 : 한국·중국·일본의 차 마시는 그릇 _ 특별편 보듬이는 굽이 없고 두 손 가득 안긴다. 만든 이와 쓰는 이의 깊은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찻그릇이다. 굽을 떼면서 과식이나 체면, 고압이나 과시를 내려놓았다. 말차를 타기에는...
보듬이展을 앞두고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시대를 담다 : 한국·중국·일본의 차 마시는 그릇 _ 특별편 높이 8-8.5센티, 입지름 10~11센티의 묘한 물건이 세상에 등장하기 전까지 나는 어떤 질문에 무어라 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차가 무엇인지, 누가 만들었는지 같은 질문에...
16세기 백천목 다완, 청년 시로자에몬의 꿈
천목 치고는 큰 키와 그에 비례하는 넓은 전. 몸흙과 분명하게 대비되는 밝은 빛깔의 유약 때문에 쉽사리 이 그릇을 천목의 후예라 부르기 어려워 보인다. 유유히 면을 감싸며 흐르는 푸른 빛깔을 집중하다 보면 청자일까 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해볼 수는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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