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ingTea 구르다5월 19일小滿, 텃밭 소묘강낭콩 콩노굿 이는 때다. 어른 무릎 높이로 자란 콩의 너풀대는 잎 사이사이로 흰색, 분홍색 꽃이 앙증맞다. 얼핏 여느 시골 콩밭과 다를 것 없어 보인다. 밭 가로 가까이 다가가면 보인다. 동다헌 콩밭 이랑과 이랑 사이 고랑에는 열무가 자란다.
RollingTea 구르다4월 2일꼭꼭 씹을수록 봄은 당신 가까이 깃들고_ 쌉싸래한 머위, 풋풋한 취, 싱그러운 상추 쌈 밤새 봄비가 내렸다. 해 뜰 무렵 비 그치고 바람은 어찌나 상쾌한지 도 미 솔 솔 음률이 실린 듯하다. 이 무렵 아침 뜰에 서면 발은 보드라운 흙빛이 되고 머리칼은 풀빛으로 물이 들어 나무처럼 오래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들에 한참 서서 보면 늘 지나치
RollingTea 구르다3월 18일그것은 갓 돋은 참나물 이파리 위로 하늘거린다_참나물 부침이맘때 동다헌 밥상은 싱그럽기 그지없다. 매 끼니 부지깽이나물, 참나물 무침이 번갈아 오른다. 부지깽이나물로 먹는 섬쑥부쟁이는 볕 바른 데, 그늘진 데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잘 자란다. 꺾어 먹고 또 꺾어 먹어도 힘차게 순을 밀어 올린다. 반면, 참나
RollingTea 구르다3월 4일메주를 씻을 때 메주콩은 이미 지난가을 추수한 콩이 아니구나_장 담그기, 흰 곰팡이와 느리게 익어가는 맛동짓달에 좋은 날을 골라 메주콩을 삶고 쑤어 둔 메주는 겨우 내 따뜻한 방에서 짚으로 감싸 띄웠다. 메주는 마르고 뜨는 사이 흰 곰팡이 꽃을 피웠다. 때가 된 것이다. 마침내 잘 익은 메주는 두 달여 만에 마당으로 나와 볕을 쬔다. 메주가 천천히 발효
RollingTea 구르다2023년 2월 3일수고로움을 벗 삼아 만든 음식을 먹으며 산다는 것_묵나물, 지난 해 봄과 가을을 접시에 담다가무레한 아주까리잎, 거머누릿한 것은 취, 부지깽이나물은 가마노르께하다. 노르불그레한 고사리, 누르푸름한 무시래기, 토란대는 누르스름하고, 고구마 줄기는 노르스름하다. 박은 누릇하고 애호박은 노르께하다. 한 데 모아 놓고 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
RollingTea 구르다2019년 3월 21일간장의 풍미_봄날의 점심, 간장을 양념 삼은 쑥죽 한 그릇과 부지깽이나물 일 년에 걸쳐 복잡하고 섬세한 절차에 따라 음식을 만들어 보고 나면, 매일 하루 한 끼 정도 내 집 주방에서 요리하는 일이 훨씬 덜 번거롭게 느껴진다. 피식 웃음이 나올 만한 사소한 얘기일 수 있지만, 이런 태도의 변화는 더 큰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
RollingTea 구르다2019년 2월 4일프롤로그 : 채식 떡국과 채소로 우리는 맛국물살면서 주어진 것을 무턱대고 따르기 전에 곰곰이 생각하고, 생각 끝에 답을 찾았다면 진심을 담아 몸으로 실행하는 것.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을 듯이 보이는 이 두 가지 원칙이 동다헌 부엌과 텃밭과 밥상의 원칙이다. 그 결과로 우리는 채식주의자로 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