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재 용
"심재용은 일상의 풍경을 보듬이에 담는 작가다. 그가 바라보는 풍경은 켜켜이 쌓인 역사의 증거이고, 특정한 종교를 넘어 개개인의 마음속 신앙이 더해진 모습이다. 손으로 빚어 올린 수천 번의 정성이 한데 모여, 보듬어 쥐는 이들의 손바닥 안에서 풍경으로 펼쳐진다."
정 동 주
4 works online
심 재 용
202007하늘
2020
심 재 용
무제
2020
Idea of Bodeumee
작업하면서 무엇에 집중하고 생각하는 편인가?
욕심이 많고 열정이 넘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나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현시대를 살며 오늘의 표정을 담는 그릇을 만든다는 창안자의 말씀처럼, 오늘 이 풍경을 담을 수 있는 보듬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과연 내가 만들고 있는 이 보듬이는 무엇을 보듬을 수 있는 그릇이 될까? 적어도 희로애락을 보듬을 수 있는 그릇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작업에 임한다.
보듬이 작업에 관해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되는가?
작가이기 때문에 당연히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동시에 보듬이는 현대미술의 한 영역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쉽게 접할 수 있는 작업으로 자연스레 이어지기를 바란다. 독창성과 예술성, 그리고 대중성을 고루 지닐 수 있다면 백 년쯤 지나면 박물관에서 고려청자나 달항아리 옆에 있는 보듬이를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보듬이 작업에 관한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는 역사를 오늘의 풍경 안에 녹이는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필연적으로 보듬이라는 현대의 이름을 등에 업고 형태를 마음대로 바꾸거나, 전통이라는 명목 아래 옛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매 순간 경계한다.
작가는 언젠가 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기를 바란다. 덜어낼 수 있고 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그는 작업하며 그 순간을 기다린다. 침착하고 우직한 성품이 지금의 손빚음을 가능하게 했듯이, 작가는 앞으로 다시 수백 개의 흙덩이를 뭉치고 보듬이를 빚으며 연습할 각오가 되어 있다. 어렵지만 성실하게 자신만의 보듬이 선을 얻었듯, 생각과 고민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그리다 보면 언젠가 보일 듯 말 듯 한 이미지와 색의 세계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믿는다. 그것은 추상과 은유의 세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