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쉰두 번째 장
‘편리’, 사람 사는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오래되고 사랑받는 말입니다.
편하고 이익된다는 뜻이니 어쩌면 ‘신’ 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많겠지요.
한 걸음 떨어져서 살펴보면,
편리는 소비하는 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말입니다.
욕망이 불을 지피고
돈이든 물건이든 시간이든 노력이든, 써서 없애는 것이 소비이니,
그 절차가 편리할수록 좋다고들 하지요.
이익되고 편하게 욕망을 채우는 데 급급할수록 쉬이 보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욕망이 수탈한 것들이지요.
지구 안팎에 제 몫을 하며 어우러져 있는 것들입니다.
햇빛, 공기, 바람, 물, 땅속 무수한 존재들, 동식물뿐일까요, 사람까지도.
편리하지 않은 것. 불편해서 언뜻 내게 손해처럼 보이는 것. ‘불편함’을 기쁘게 감내하는 마음, 절약하고 검소한 것이 수탈이라는 폭력을 그치게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소한, 추울 때 내년 더위를 생각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2024년 1월 6일,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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