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청규 차법의 미학 44
齋前提擧行者准 湯餠(換水燒湯)盞 茶盤(打洗光潔)香花坐位茶藥照牌煞茶諸事已辨子細請客
(주지는) 점심 공양 전에 행자를 뽑아 탕솥의 물을 갈고 새로운 물을 붓고 끓여 놓도록 준비시킨다. 잔탁과 차반은 깨끗이 씻어 두게 하고, 향, 꽃 한 송이, 손님 앉을 자리, 차약, 조패, 차 등 모든 것을 꼼꼼히 미리 갖추도록 한 뒤에 손님을 청한다.
提擧 발탁하다. 선발하다.
准俻 준비하다. 마련하다.
湯餠 끓인 물이나 차를 담아 손님 다완에 붓는 도구
換水燒湯 물을 갈고 나서 새 물을 부어 끓인다.
茶盤 다완을 담아 나르는 쟁반
打洗光潔 물에 씻어서 깨끗이 하다.
香花 향과 꽃 한 송이
坐位 손님이 앉을 자리의 위치
煞茶 거칠고 품질이 떨어지는 차를 일컫는데, 겸손의 뜻으로 하는 말이다.
已辨 미리 갖춘다.
선종 사원의 차를 ‘禪茶’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선종 사원의 차법은 차 마시는 전용 공간이나 건물을 따로 두는 것을 율장으로 금한다. 차는 개인이 혼자 마시지 않고 반드시 일정한 목적에 따라 모여서 마신다. 그때마다 주지나 방장의 거처를 차실로 쓴다. 차 마시는 시간을 정할 때도 허투루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끔 한다.
사람은 세상의 주인이 아니라 나그네다.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 먹고 마시고 누리는 것을 그저 빌려 쓰다 떠날 뿐이다. 차를 마시는 것 또한 그렇다. 차실을 짓고 그 공간의 영원한 주인인 양 꾸미고 으스대는 일은 어리석다. 그저 거처하는 곳에 잠시 찻자리를 펴고, 차를 마시고, 다시 거두어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뿐이다. ‘禪茶’는 세상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법문이다.
정 동 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