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청규 차법의 미학 10
行須威儀庠序不得急行大步及拖鞋踏地作聲
행수위의상서부득급행대보급타혜답지작성
(차실에서는) 반드시 학교에서 하는 엄숙하고 단정한 예법을 따른다. 조급하게 서두르거나 껑충거리지 말고, 바닥에 신발을 끄는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상서庠序는 중국 은나라와 주나라 시대의 학교다. 원래는 관립학교였으나 뒤에 보통학교로 바뀌었다. 고대 중국의 하·은·주는 이를 각각 교校, 상庠, 서序로 불렀고, 학學은 태학太學으로 오늘날의 대학이다. 이 상서의 예법은 장중하고 외경하여 스승 앞을 뻣뻣이 서서 지나다니거나, 교실 안에서 떠들고 뛰어다녀서는 안 된다는 엄한 규칙이 있었고 오늘날까지도 그 영향이 남아 있다.
상서 예절을 선종 사찰의 차실 예절로 응용한 것은 백장회해선사의 고뇌에 찬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당시 중국 불교 승려들의 무절제나 그들로 인한 혼란스러운 사회현상을 더 방관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올바른 수행공동체를 유지하고, 깊고 맑은 고요와 한 몸이 되는 참선의 세계로 들어서는 바른 몸짓을 갖추기 위해 차茶를 생활화시키려는 지혜의 결과기도 했다.
또한 이 같은 중국 선종 차실 예절을 본받고 따른 일본의 무사 계급은 차실과 일본인 모두의 생활예절로 보편화 시켜, 지금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독특한 문화로 정착시키기도 하였다. 차실 안에서 발뒤꿈치를 들고, 살며시 고개를 숙여 조용하게 걷는 예절은 일본의 생활문화가 되었고, 뒷날 그들의 학교 교실 예절로도 자리 잡았다. 또한 방으로 들어가면서 신발을 벗어 가지런하게 정돈해 두는 것도 차실 예정에서 비롯한 것이다.
좋은 버릇은 좋은 문화를 만들고, 좋은 문화는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하며 이만 줄인다.
정동주
안녕하세요
수법스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