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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RollingTea 구르다

차살림 다섯 갈래


동장윤다 차살림법 : 찻자리 위로 이야기를 펼치다 : 2부_5장











당신은 차를 어떻게 마시는 편인가? 질문이 모호하니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혼자서 마시는 편인가, 아니면 둘이서 담소를 나누며 마시는 걸 선호하는 편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차는 역시 여럿이서 한데 모여 마시는 게 더 좋다 싶은 쪽에 가까운가? 당신이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동다살림법은 다 준비해 놓았다.


동다살림법을 줄여 차살림이라 부르겠다. 차살림에는 최소한 한 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차를 마시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살림을 살 사람이 존재하지 않고서는 이 행위가 성립할 수 없으니 최소한 차살림을 살 인원 한 명은 필수다. 우리는 이를 길눈이라고 부른다. 여느 차법에서는 이 사람을 더러 팽주라고도 하고, 정주라고도 부른다. 주재자라고 하기도 하고, 줄여서 주라고도 한다. 어느 쪽이든 각기 원류는 달라도 모두 한자어니 살림이라는 이름의 목적에 맞추어 한글로 고쳐 쓴다. 길눈이는 단어 그대로 오늘의 찻자리가 나아갈 길을 먼저 보고 밝혀 뒤따라올 이를 안내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길눈이를 가운데 두고 몇 명이 서로 모여 찻자리를 열었는가에 따라 자리를 부르는 이름과 이에 걸맞은 형식이 조금씩 바뀐다.


내외살림이 첫 번째다. 내외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부부가 함께 차리는 차살림이다. 부부를 중심으로 삼지만 둘이서 하는 차살림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누가 안이고 누가 밖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부부라면 남편이 길눈이어도 좋고, 아내가 길눈이어도 좋다. 으레 차를 배우는 쪽이 여성인 경우가 많으니 남편의 찻자리 경험을 이끌어 후에는 남자에게 길눈이를 맡겨 봄으로써 살림의 속뜻을 배우게 하라는 가르침도 있다. 하지만 사실 성별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안과 밖은 서로 소통하는 것이지 역할을 정해놓고 살아가는 삶은 이제 어색해질 때도 되었다. 가족이든 친구든 아니면 손님과 둘이 마주 앉아 치루는 찻자리든 관계없이 길눈이는 안과 밖을 한데 꿰어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길눈이라는 사전적 뜻이 ‘한 번 가본 길을 잘 익혀 기억하는 눈썰미’를 뜻하니 좋은 길눈이라면 좋은 찻자리의, 좋은 차살림 안내자가 될 것이다.


오붓살림이 두 번째다. 오붓하다는 말은 가까우면서도 정겹다는 뜻이다. 살림과 관련해서는 옹골지고 포실하다는 뜻도 있다. 어느 쪽이든 따듯하다. 나는 오붓하다는 단어를 들으면 파도 같은 유선형의 곡선이 떠오른다. 하나는 낮고 하나는 높지만, 서로가 이어져 끊임없이 들쑥날쑥 끊임없이 흐르는 모양새다. 서로가 돈독하니 어깨가 한데 붙을 만큼 가까워도 좋은 셈이고, 사이가 좋으니 어깨동무도 자연스러워 그 모양새가 오붓하니 둥글둥글 파동형의 곡선 같아 보인다. 모양새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오붓살림은 세 명에서 다섯 명 정도의 소모임에서 쓰는 차법이다. 그러니 그 살림살이가 옹골지고 포실하니 든든하다. 대화가 있다면 한 마디씩만 모여도 자리가 찰 것이고, 너무 많이 모인 것도 아니니 말이 넘쳐흐르지도 않는다. 한쪽으로 흐름이 치우칠 일도 없고 모두가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호기심으로 서로를 보듬어주기 좋다. 그러니 오붓하다는 말이 틀림없다.


모두살림이 세 번째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꽉 차 있는 차법이다. 동다살림법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살림으로 열 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서 치르는 차법이다. 그만큼 형식과 절차 면에서 가장 엄격하고 엄숙하다.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니 대화를 절제하고 그만큼 물 끓이는 소리와 차 따르고 붓는 소리, 시자가 발걸음을 떼고 앉아 치맛자락이 바닥에 스치는 소리 같은 것들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자리다. 따라서 그 능숙함의 차이가 이러한 소리의 질을 좌우하기도 한다. 시각적으로도 풍부하지만 조용한 가운데 오로지 차에 의한, 차를 통한 소리로 공간을 채우기 때문에 청각적으로도 아름다운 자리가 된다. 누군가를 초대하여 펼치는 행사나 기념하기 위한 자리 등에 펼 수 있는 차법이다.


헌다살림이 네 번째다. 규모에 따라서는 모두살림보다 클 수도 있지만 정해진 인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헌다라는 행위는 신이나 조상 등 헌정할 대상이 누구이며 얼만큼의 사람이 함께하는가에 따라 그 크기는 달라질 수 있다.


동다살림법에서가르치는 정식은 이렇게 네 가지다. 하지만 우리가 차살림을 하며 당신에게 권하는 가장 흔하고 기본적인 형식은 혼자 마시는 경우다. 홀로 시간을 정하고, 장소를 정해서 스스로 약속하며 날마다 꾸려내는 차살림이 동다살림법의 근간이고, 차 경험을 풍부하게 해 줄 초석이 된다. 동다살림법은 혼자 마시는 것을 ‘ᄒᆞᆫ살림’이라고 부른다. 한이라고만 쓰면 한자의 의미도 동시에 떠오르기에 편의상 옛 글자를 쓴 것이지만 ‘한살림’이라고 불러도 관계없다. 다만 정식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차법은 아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살림은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미묘하고 잡다한 것들을 통한 경험과 배움, 나눔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홀로 하는 차법이라고 해서 살림할 것이 없는가?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내 하루, 내 과거와 미래, 내 삶을 돌보는 일 말고 더 우선해야 할 것,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시간마다 우리가 당신에게 권하는 모든 행위는 오히려 스스로 더 가 닿으라는 권유가 아니었던가.


그렇다. ᄒᆞᆫ살림은 그 모든 것의 기본이다. 동다살림법이 두 사람 이후부터의 형식을 가르치는 이유는 그것들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다. 홀로 사는 차살림은 매일의 차살림이고 어떤 차살림을 배우든 간에 상관없이 끊임없이 반복해야 할 습관이자 숙제 같은 것이다. 틀을 정해두고 형식으로 가두어 반복해서 연습해야 할 것들은 언제나 내 마음이 먼저 준비된 이후부터 비로소 가능한 것 아닐까. 어떤 도구를 준비하고, 그 도구들을 어떻게 배열하고 정돈하고 사용할 것인가를 배우는 순간부터 이미 당신의 혼자 하는 살림은 시작된 것이다. 모든 동다살림법 안에는 혼자 하는 살림이 녹아 있다. 그러니 외로워 말고 시작해 보시길 권한다.











정 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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