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청규 차법의 미학 43
선종 불교의 차법(茶法)은 중국 불교의 성장 과정에서 생겨나 변화하며 전승되었다. 세속의 차법과는 다르다. 바른 수행으로 중생 제도에 헌신한 위대한 선사(禪師)들의 수행 이야기에서 아름다운 흔적들이 모여 전해진 것이다.
선종의 선원청규는 진리에 어긋나 세속까지 타락시킨 중국 불교의 폐해를 바로 잡고, 수행자의 본분을 엄격히 지키기 위해 제정되었다. 선원청규의 한 부분인 선원청규 차법 역시 세속에 남아 전해지는 중국 차법과는 다르다. 선종 외 중국 불교 여러 종파에서 행하는 차법들도 선원청규 차법의 영향을 받았으나 세속 차법과 큰 차이가 없다. 더욱이 오늘날 남아 알려진 것은 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왜곡되었다.
중국 불교는 천년 가까이 중국 안에서 민속, 음양론, 무속, 유교 및 도교와의 갈등, 중화사상과 복잡한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는 사이 인도 불교나 티베트 불교와는 달리 중국화 되었다. 거대한 혼돈 속에서도 보리 달마의 인도 좌선법이 전해지고, 육조시대(六祖時代)라는 선불교 터전이 닦였다.
7세기 당나라가 시작될 때 중국에는 구백만 명 넘는 승려가 있었고, 백만 개 넘는 사찰, 백여 개 넘는 승려의 직업이 있었다. 군인, 사채업자, 무속인, 연료 판매, 도자기 제조와 판매, 장례업 등이 대표적이었다. 부를 쌓고 비리를 일삼는 사찰과 승려가 늘자 역대 황제들은 불교 박해 정책을 펼쳤다. 이런 혼란 속에서 불교의 참모습을 되찾으려 헌신한 선불교 지도자들이 있었다. 그 중 육조혜능의 법손 백장회해 선사가 있다.
백장회해는 차를 수행의 방법으로 삼고 차법을 창안했다. 당대까지 퍼져 있던 차에 관한 다양한 이론과 생각, 차를 만들고 끓이는 여러 가지 방법을 한데 모으고 정리하여 바른 수행의 지침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이때부터 선종 수행 공동체에서는 이 차법을 배우고 익혔다. 차는 맑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정(中正)의 개성을 품었다. 수행자는 차를 우리고 마시면서 그 성품을 몸과 마음으로 체득할 수 있다. 이후로 차법은 차차 불교문화로 자리 잡아 전승된다.
차의 중정과 차성(茶性)의 본질을 공부하고 몸으로 익히는 것을 삶의 지향점으로 삼아 보라. 맑고 그윽한 차향이 마음에 은은히 퍼지도록.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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