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청규 차법의 미학 52
侍者初見官客並當肅揖不須廻避主人
시자초견관객병당숙읍불수회피주인
시자는 처음 보는 손님한테 마땅히 공손하게 인사하고, 스승을 만나지 못하게 하면 안 된다.
어떤 분이 스승을 찾아왔다. 스승을 모시는 제자가 찾아온 목적을 묻는다. 손님의 말을 듣고 난 제자가 자신의 판단으로 스승이 계시지 않는다며 말하지 말라는 문장이다. 어떤 경우에도 제자는 손님한테 공손한 인사를 하고, 찾아온 목적을 묻고, 손님을 잠시 기다리도록 한 뒤 스승께 알려야 한다. 그런 다음 손님을 스승이 계시는 곳으로 정중히 모셔야 한다.
이 규정도 지난날 중국 불교에서 흔히 일어났던 악습을 끊기 위해 만든 것이다. 제자가 스승의 뜻을 묻지 않은 채 독단으로 권력을 휘두르고 재물을 빼돌리는 일이 허다했고, 사찰 문화는 차차 문란해졌었다.
바른길을 쫓아 매진하는 수행자는 그 길을 제시하는 스승의 가르침과 뜻을 경외하며 따라야 한다. 마찬가지로 스승 되는 이 역시 단지 나이가 많거나 높은 직책에 있다는 형식에 연연하여 함부로 말하고 행동해서는 안 된다. 스승은 사사로운 것에서 지극히 커다란 앎에 이르기까지 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차를 그저 마시는 기호 음료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차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만들어가는 이들이 오늘날에도 여기저기 모이고 흩어진다. 차를 공부하며 스승을 찾고 제자 되기를 청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쓸모를 찾고 기술을 쌓는 공부가 아니라, 차를 공부하고 차문화를 익히는 자리에 만난 스승과 제자의 태도를 돌아볼 일이다. 그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다면, 우선은 스승이 스승답지 못한 탓이 클 것이다.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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