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청규 차법의 미학 54
如本寮坐位不便伋妨礙衆
여본료좌위불편급방애중
卽借寮煎點
즉차료전점
請禮在前已設
청례재전이설
만일 제자 사는 곳이 찻자리 펴기에 불편하거나 함께 사는 대중에게 피해를 끼칠 경우에는 집을 빌려서 찻자리를 마련하는데, (스승을) 찻자리에 청하기 앞서 미리 그런 사정을 설명한다.
妨礙 지장을 주다. 남에게 손해를 끼치다.
已設 미리 설명하다.
선원청규차법 제7 「衆中特爲尊長煎點 (문중의 어른을 모시는 차법)」의 한 구절이다. 같은 절에서 수행하는 특정 문중의 아랫사람이 같은 문중의 존경하는 어른을 모시고 찻자리를 펴는 내용이다.
선종 사원은 차 마시는 전용 공간을 따로 두지 않는다. 수행 공동체 모두가 참여하는 차회는 주로 주지, 조실이 거처하는 방을 빌려서 연다. 그 밖의 이런저런 사정에 맞춰 찻자리를 꼭 펴야 할 경우에는 그때마다 찻자리를 펼 만한 공간을 미리 빌려서 써야 한다. 필요할 때마다 공간을 빌리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도 차실을 따로 두지 않았다. 예외를 두지 않고, 수행으로써 찻자리를 펼치되, 찻자리를 거두면 빈 곳으로 남게 했다.
더불어, 존경하는 마음을 몸으로 옮겨 행하는 것으로 깊이 새기게 했다.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공간을 마련하고 허락을 구하는 정성을 들여 찻자리를 펴고, 어른께 차를 대접한다.
마조도일 선사는 이렇게 법문하셨다. “心不自心因色故有心.” 마음은 스스로 마음이라 할 수 없다. 형상에 의지하여 거기 존재한다. 차에는 바로 그 마음이 깃든다.
간절하고 간절해야 한다. 어렵고도 어려운 가운데서라야 차가 된다.
정 동 주
Opmerking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