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아홉 번째 장
입춘을 지나면서 한결 잠이 얕아진 땅속 벌레들은
바깥세상으로 나갈 때를 기다리며 뒤척이다가
봄 천둥소리에 놀라 깨어난다는 날입니다.
저 미물들도 때를 안다는 것이지요.
천둥은 자연의 때를 알리는 하늘의 종소리.
때는 모든 시작과 끝을 알리는 기척이고
어느 것에나 시작과 끝이 있으며
그때는 온갖 사소함이 비롯되는 낌새이지요.
인간의 삶도 사소한 것이 모이고 쌓여서 꾸려지는데
먼지가 모여서 땅이 되고 물방울이 쌓여서 바다가 되듯이 말입니다.
모인 것은 다시 흩어지고
쌓인 것은 무너져 사소함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도 탐욕의 잠, 성냄의 잠, 어리석음의 잠에서
깨어나는 때가 되었음을 아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깨어나거든,
부디
차 한 잔 드십시오.
2022년 3월 5일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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