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열일곱 번째 장
우리네 옛사람들 자연을 맞는 모습은 얼마나 느긋하고 보드라운지
참으로 그립습니다.
오뉴월 땡볕, 칠팔월 무더위, 동지섣달 엄동 추위 맞을 적엔
맞서서 막으려 않고, 한사코 먼저 피했지요.
겸손을 몸과 마음에 지녔음이지요.
때로는 막으려고도 해보지만, 이 또한 피하는 방법의 하나일 뿐
맞서려는 교만은 아니었습니다.
흙과 나무, 풀잎으로 집을 짓고, 삼, 모시, 목화, 누에고치로 실을 뽑고
베틀 질 하여 옷을 지어 입고 살아온 여러 천 년은
자연에 순응하여 함께 사는 겸손의 문화로 엮어 낸 서사시였지요.
아, 그런데 자연에 맞서 온 백여 년 동안 우리는
끝이 안 보이는 고난, 혼돈, 두려움으로 짓눌리고 있습니다.
제발, 차 한 잔에 녹아 있는 자연의 눈에 내 눈을 맞추어보십시오.
2022년 7월 7일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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