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다섯 번째 장
섣달 초사흘 달빛은 전설을 불러냅니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
우리 겨레, 옛사람들이 겨울나던 풍경이 아득히 그려집니다.
몸의 고통과 정신의 아린 기억이 지층 속에서 되살아납니다.
그 추위는 정녕 사무친 두려움만은 아닙니다.
애오라지 살아서 견뎌내야 한다는 시퍼런 맹세이기도 했지요.
이 새벽하늘 빛깔은 삼 세 인연 비치는 거울 같아서
머지않아 올 봄이 대지 위에 풀어 놓은, 새 목숨을 예감하게 합니다.
죽음은 삶이 시작되는 신비임을 알기에 견디는 겨울입니다.
견디고, 기다리고, 서로 용서하며 차 한 잔 드십시오.
2022년 1월 5일, 소한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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