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청규 차법의 미학 53
齋後堂前鍾鳴就坐訖
재후담전종명취좌글
行法事人先於前門南頰
행법사인선어전문남협
朝聖僧叉手側立徐徐問訊離本位
조성승차수측립서서문신이본위
점심 공양 마친 뒤 (차회를 갖기로 한) 건물 앞 종이 울리고, 대중이 자리에 앉고 나면, 길눈이는 먼저 남쪽 문 옆에 서서 차수하여 천천히 성승께 문신하고 제 자리로 가 선다.
行法事人 차를 끓이는 사람, 길눈이, 주재자
聖僧 깨달음을 얻어 널리 존경받는 스님
朝 서서 하는 예배. 합장하고 허리를 깊이 숙여 절하는 것
이 문장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말이 있다. ‘성승聖僧’이다. 흔히 깨달음을 얻어 널리 존경받는 스님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정확히는 ‘모든 번뇌의 도적을 물리쳤고, 윤회도 소멸하여 더는 태어나고 죽지 않으며, 오직 부처가 될 시간이 남았을 뿐’인 수행자를 일컫는다. ‘아라한Arhat’의 경지를 성취하고 궁극적 깨달음인 ‘아라한과Arhattva’를 증득한 최고의 수행자를 뜻한다.
『범망경보살계본소』 권1에 대승 사찰에서는 지혜제일문수보살의 상을 모시고 성승이라 부른다 했다. 선종은 승려들 거처 가운데 문수보살, 관세음보살, 빈두로, 교진여, 대가섭 등의 상을 모시고 이들을 모두 성승이라 부른다. 공양할 때 성승이 앉을 빈자리 하나를 마련하는 의식이 초기 불교 때부터 생겼다.
차 마실 때도 마찬가지다. ‘아라한’은 수행자들의 궁극적 지향점이다. 공양이나 차 마실 때마다 성승을 모시는 의식을 통해 오로지 공양하고 차 마시는 행위가 깨달음을 이루기 위한 것임을 되뇌고 맹세한다.
선차禪茶는 인간 목숨 받아 살아가는 이유를 깨달음을 얻는 데 두는, 삶의 진지하고 거룩한 가치를 이루어 내겠다는 믿음을 키우는 수행이다.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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