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쉰한 번째 장
옛사람들은 동짓달 추위를 ‘오동지 추위’라 했습니다.
앞에 붙인 ‘오’는 ‘오지다’, ‘오달지다’라는 뜻입니다.
맑고 깊고 깨끗하게 매운 추위를 거듭 곱씹어 만든,
참 오지게 맛깔스러운 겨레말입니다.
다만, 겨울 날씨라기엔 며칠 유난히 따뜻하더니
또 불쑥 덮쳐오는 오늘, 이 동지 날의 추위는 몸뿐 아니라,
마음도 얼게 하는 듯합니다.
우중충한 탐욕에 목 졸려 질식해 가는 지구의 생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탓이지요.
‘더럽게 추운’ 죄와 벌인지도 모릅니다.
살 줄도 모르고 잘 살기만을 바라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2023년 12월 22일,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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