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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RollingTea 구르다

선물 같은 하루, 어제와 다른 오늘을 녹여 마실 차는 어디에 담아야 좋을까 : 보듬이展 - 시대를 담을 새로운 그릇 굽이 없는 보듬이


시대를 담다 : 한국·중국·일본의 차 마시는 그릇 _ 특별편  



보듬이 展, 여섯 명의 작가, 여섯 개의 보듬이


보듬이는 굽이 없고 두 손 가득 안긴다. 만든 이와 쓰는 이의 깊은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찻그릇이다. 굽을 떼면서 과식이나 체면, 고압이나 과시를 내려놓았다. 말차를 타기에는 좁아서 어렵고, 홍차나 보이차를 마시기에 너무 큰 것 아닌가 싶어 어색하고, 조그만 찻잔에 익숙한 이는 보듬이의 당당함을 무식함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재미있게도 동장윤다를 마시는 이에게는 쓸데없는 고민이다. 두 손 가득 안기는 보듬이로 차 마시는 일은 매일 마시는 차만큼 익숙하고 편안하다.

처음에 보듬이는 이 땅, 우리의 텃밭에서 나고 자란 차나무잎으로 만든 차, 그 차를 담을 새로운 그릇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보듬이 작가는 이 마음에 답해준 이들이다. 작가들은 짧게는 삼사 년, 길게는 십수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천 개의 보듬이를 만들고 부쉈다. 그들은 찻그릇에서 굽을 떼어 내는 것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는 사명과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를 경험했다. 굽을 떼어 내지 못해 작별한 이들과 달리 일곱 명의 작가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굽에 억눌려 있던 우리나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았다. 그들은 창안자의 말씀을 새겨듣고,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자신의 색채를 오랜 시간에 걸쳐 공들여 물들였다. 선 하나에 삼 년, 색 하나에 오 년. 그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보듬이는 차를 담아 예쁘기만 한 전시용 찻그릇을 넘어선다.


나는 믿는다. 이 시대와 새로운 문화를 담을 새로운 그릇이 세상에 나왔다. 보듬이는 오늘날을 대표하는 우리 도자기고 예술품이다.

이번 주 화요일부터 첫 번째 보듬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보듬이는 새롭지만 따듯하다. 손에 쥐고 쓰다듬을수록 고민을 녹이는 힘이 깃든 찻그릇이다. 당신이 사는 이 시대를 품고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나가는 한국 차문화의 한 장면을 느껴볼 기회다. 이곳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 “창 밖에도 눈이 와요. 어제 우리 말한 대로. 차를 한 잔 내려드릴게요.” 자이언트티(Zion.T)는 이문세와 함께 <눈Snow>이라는 곡을 쓰고 불렀다.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풍경을 닮은 듯 한 이 조용한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그저 흐리거나 의외로 맑은 대설 날, 보듬이전에 오신 당신께 저도, "차를 한 잔 내려드릴게요."  




글, 전시장 사진 _ 정 다 인

사진 _ 정 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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