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청규 차법의 미학 50
次燒香再請
(시자는 주지에게 손님을 위하여) 한 번 더 향을 사루어 올릴지를 다시 여쭌다.
燒香 향을 사르다.
찻자리에서 향을 사루어 올리는 것은 초대받은 손님을 존경하는 마음의 표시다.
고대 중동에서는 향을 ‘신의 음식’이라 불렀다. 신에게 기도할 때나 제사 때 반드시 향을 피웠다. 향이 하늘에 있는 신에게 닿아야만 효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마태복음, 이사야서, 예레미아, 마가복음, 요한복음 등에도 나타나 있듯이, 향은 아라비아에서 바빌론, 페르시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로 전해졌다. 공식적으로 중국에 향이 처음 알려진 것은 기원전 118년 경 한 무제 때 파르티아에서 온 상인들에 의해서였다. 중국에 불교가 알려지기 훨씬 이전이다. 우리나라에서 향이 사용된 예는 고구려 쌍영총 벽화의 ‘行香’ 그림이다. 불교가 전해진 뒤 부처에게 올리는 공물의 필수 품목에 향이 들어있었으므로 인도에서부터 중국에 전해진 경우도 있고, 이미 알려져 있던 향이 사용되기도 했다. 고구려 또한 불교문화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차와 향의 관계는 불교문화의 영향 아래에서 나름의 독특한 의식으로 발전해왔다. 『백장선원청규』 차법에서는 귀한 손님, 존경하는 어른을 모셨을 때 향을 한 차례 더 피워 올린다. 향을 통해 부처님 법과 그 법을 따르는 어른께 존경과 귀의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차회에서 피우는 향이 상징하는 바가 명료해지는 지점이다.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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