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청규 차법의 미학 49
茶問訊勸茶
(주지가 손님을 바라보면서) 문신한 다음 “차 드십시오”하고 권한다.
선종의 차법 즉 禪茶에 따르면, 차회에서 한 사람은 차 두 잔을 마신다. 차회를 주관하는 스님은 찻자리에 앉아 있는 모든 스님에게 차가 고루 나뉘었음을 확인한 뒤에 “차 드십시오”라고 말한다. 좌중은 먼저 앞에 있는 스님께 문신하고 왼쪽, 오른쪽 스님께 문신한 다음 聖僧(방장, 수좌 스님)께서 다완을 두 손으로 들어 올리는 것을 신호로 삼아 일제히 찻잔을 든다. 선원 대중으로부터 존경받는 큰 어른께서 다완을 들어 올리면 곁에 있던 스님들이 차례로 찻잔을 드는데, 그 손 모양이 마치 물이 흐르는 듯 보인다. 이를 대묘(大妙)라 한다.
선원에서 큰 어른 스님을 모시고 차 마시는 이 아름다운 법은, 세속의 지도자들 집안에까지 알려져서 식사 때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든 뒤에 아랫사람들이 수저를 드는 식사 예절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이 차법이 고려 시대의 차법으로 정착되었던 사실이 송나라 휘종의 사신 서긍(徐兢)이 지은 『선화봉사고려도경』에 기록되어 전한다. 『조주록(趙州錄)』 조주종심 선사의 ‘끽다(喫茶)’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백장 선사 이전에 중국 불교는 타락해 있었다. 방종한 사찰의 폐단을 개혁하지 못하면 불교의 참뜻을 잃고 말리라는 참회와 성찰이 새로운 선원 청규를 짓고 실천하게끔 이끌었다. 백장 선사가 토대를 놓은 禪茶의 역사는 부처님 계실 적의 초기 불교가 지녔던 소박, 순수, 육바라밀의 마음 다스리는 정진에서 시작한다. 새로워지고 또 새로워져야 하는 수행자의 발원문을 읽고 들으면서 시작하는 것이다.
이 지엄하고 순결한 계율에 스스로 생을 묶을 수 없으면 禪茶라는 말을 입에 담지 말라.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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