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청규차법의미학 22
住持人已收足及近前問訊面西轉身香臺東過西南角問訊訖叉手
스승이 발을 거두시면 (시자는) 앞으로 다가가 문신하고 서쪽을 본다. 몸을 돌려 향대 동쪽을 지나 서남쪽 모서리에서 문신을 마치고 차수하여 (제자리에) 선다.
스승은 서쪽에서 동을 향해 앉아계시고, 제자는 동에서 서쪽의 스승을 바라보는 자리에 있다. 스승의 자리가 서쪽인 까닭은 『佛祖統紀(불조통기)』 권10에, “부처님은 서방의 세 성인이 오셨다고 하시며 곧장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에 붙이고 누워 서쪽을 바라보며 입적하셨다.”는 경전과 관련 있다. 『長阿含經(장아함경)』 권3 「遊行經(유행경)」에, “너는 여래를 위해 사라쌍수 사이에 침상을 펼쳐두되, 머리 두는 곳은 북쪽을 향하고, 얼굴은 서쪽을 향하게 하여라. 그 까닭은 나의 법(法)이 널리 퍼져 오래도록 북방에 머물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신 것과도 관계가 있다. 서쪽은 아미타부처님 극락정토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제자가 스승을 모시고 찻자리 펴는 것은 그저 차 한 잔 대접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뭇 깊고 간곡한 뜻을 담은 의식이다. 부처님 모시고 뵙는 것과 같으므로 스승의 자리가 서쪽이다. 제자는 동쪽에 앉는데, 동쪽은 해가 떠오르는 방향, 즉 항상 새로움과 완전함을 상징한다. 동에서 솟아오른 해는 서로 간다. 스승이 서쪽에서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이다. 제자는 스승을 바라보면서 수행에 목숨을 건다. 따라서 이 경우의 차는 새로움과 완전함을 꿈꾸는 발원과 실천이며, 해탈을 뜻하는 서방정토를 지향하는 장엄하고 거룩한 출발을 뜻하고 있다.
그대는 그런 스승을 모시고 있으며, 그런 스승인가?
정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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