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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RollingTea 구르다

차실의 조건


선원청규차법의미학 20




齋後欲就方丈點茶特爲堂頭和尙


점심 공양 뒤에 방장에서 스승님을 모시고 차를 끓여보려고 합니다.






‘방장(方丈)’이란 선종사원이나 총림의 장로나 주지가 거처하는 곳이다. 사찰의 주지나 도교의 도관이 거처하는 방을 이르기도 한다. 본디는 전설의 바다에 있는 신선이 사는 산을 뜻했는데, 도교의 영향이다.


백장회해 선사가 처음 선원 청규를 제정하기 이전 중국 불교 사원에는 차 마실 목적으로 지은 차실 건물이나 별도의 방을 차실로 꾸며 이름을 지어 붙인 차실이 널리 유행했다. 차실은 화려한 장식, 값비싸고 귀한 찻그릇들과 서화들로 꾸몄다.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차실에는 세속의 부호, 고관들이 드나들었고, 승려들은 온갖 명분을 붙여 일 년 내내 차회를 열어 흥청거렸다. 품수(品水) 즉 물 종류를 알아맞히는 내기, 차의 품종과 산지를 알아맞히는 내기를 비롯하여 온갖 차들의 맛과 향을 자랑하고 거래했다. 사찰에 시주하는 명분으로 큰 재물이 거래되기도 하고 관직을 사고팔기도 했다. 향락과 타락이 깊었다. 이윽고 차실은 중국 불교 폐단의 하나가 되었다.


백장회해 선사는 중국 불교의 타락과 방종이 불교 탄압 정책을 가져온 원인이며, 차실 문화의 폐단도 포함되어 있음을 개탄하였다. 선원 청규 안에 차 마시는 법을 정하면서 선원 건물 어디든 차실을 따로 두지 못하게 했다. 차실이 차 마시며 잡담하는 자리가 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선원에서 존경받는 어른이나 선원 운영의 책임자인 조실 스님, 혹은 주지의 방을 빌려서 차회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조실 스님이나 주지가 거처하는 방안은 매우 단출해서 옷 두어 가지와 침구뿐이었다. 조금만 정리하면 언제든 차실로 사용할 수 있었다. 어른 스님들은 제자들의 청을 언제든 기꺼이 받아주셨고, 차회를 마치면 다시 어른 스님의 신성한 거처가 되었다.


이승의 작은 방 한 칸이자 주옥의 소우주라는 차실은 곧 수행자의 방이었다. 청정함, 무소유, 배려, 공존의 아름다움, 수행자의 참모습을 상징하는 차를 차 차답게 하는 공간이었다.






정동주







Max Ernst, Humbolt-Strom,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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