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청규차법의미학 17
如平交或戒蠟相等-或法眷姪之類-但問訊請之安排座位香花照牌了
만일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거나 계를 같이 받았으면, 즉 한 스승의 문하로서 형제, 조카 등이면 그냥 문신하고 청하는데, (손님이) 앉을 자리 순서, 향, 꽃, 조패는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갖추어야 한다.
비록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일지라도 차회에서 만큼은 시간을 지키고 예의에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차회일수록 배려하는 마음을 내고 키우는 수행이 평상심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친하다 하여 소홀함이 생기지 않도록 단속하는 수행이다.
남을 마주할 때 내는 평범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기쁘게 하는 일을 쉬지 않고 하는 것이 보시바라밀이다. 차를 내는 마음은 보시바라밀을 배우는 수행이며,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탐내는 마음을 닦아내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는 있으면서도 정작 표현하지 못한 채 지내는 것은, 늘 미안함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미안함에 오래 머물러 있다 보면 후회가 된다. 후회될 때까지 미안함에 머물지 말라.
고맙다는 말보다 더 좋은 것은 그 마음 담아서 차려 내는 차 한 잔이다. 후회를 소멸시키는 지혜다. 후회를 만들지 않으면 성내는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되며, 그것이 곧 지계(持戒) 바라밀이니, 어찌 그냥 차 한 잔이라고 할 것인가.
비범(非凡)은 평범을 먹고 자란다. 평범이 삶의 표정이며, 소리이고, 향기다.
정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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