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청규 차법의 미학 46
齋罷侍者先上方丈照管香爐位次如湯缾袞
盞橐辨行者齊布茶訖香臺只安香爐
香合藥㮏茶盒別安一處
점심 공양 끝나면 시자는 먼저 방장으로 가서 향로와 손님 자리 순서를 살핀다.
탕병 물이 끓고 잔탁이 갖춰지면 행자는 차도구를 제자리에 가지런히 벌여 둔다.
향대에는 오직 향로만 두고, 향합, 차약 접시, 차합은 다른 곳에 따로 둔다.
袞 들끓다. 충분히 끓다.
辨 갖추다.
布茶 찻그릇을 제자리에 펼쳐 두다.
藥㮏 차약을 담는 접시
茶盒 찻그릇(다완)을 여러 개 담아서 옮길 때 쓰는 쟁반처럼 생긴 넓적한 그릇
차회에 쓰는 그릇들의 이름이 나온다. 향을 넣어두는 향합, 차약 담는 접시인 약말, 물 끓이는 탕병, 차를 담아 마시는 잔탁, 향 피우는 향로, 그리고 잔탁 여러 개를 얹어서 한꺼번에 옮길 때 사용하는 차합이 보인다.
잔탁은 다완과 다완을 얹는 굽이 높은 받침대로 나뉜다. 받침대는 가운데 구멍을 뚫어서 다완의 굽이 구멍 안으로 들어가서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것과 구멍 없이 평평하여 다완을 얹게 된 두 종류가 있었다. 다완은 뚜껑이 없는데, 다완에 뚜껑이 생긴 것은 명나라 후반에서 청나라 때다. 다완 뚜껑이 덮이면서 다완 받침대 즉 잔탁이 없어졌다. 차합은 그다지 굽이 높지 않고 둥글넓적하며 덮개가 있는데, 그릇이나 자잘한 물건을 담는 데 쓰는 그릇이다. 차회 때 합을 그대로 옮겨와서 뚜껑을 열고 다완을 들어낸 뒤 빈 합은 치워두었다가 차회가 끝난 뒤에 다시 가져와 다완을 보관한다. 덮개가 있는 쟁반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盒’을 ‘盍’으로 적어서 다완의 뚜껑이라고 풀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盍’는 동사나 형용사로 쓰이는 글자여서 ‘~을 덮는다’라는 뜻이다. 설령 다완 덮는 뚜껑이라고 하더라도, 선원청규가 제정된 8~9세기의 다완에는 뚜껑이 없었으므로 그런 해석은 찻그릇의 변화 과정을 잘못 살핀 허물이 될 것이다. 차문화는 그 시대 가장 높은 수준의 문화이므로, 찻그릇의 쓰임이나 명칭 역시 섬세하게 살펴 공부해야 할 것이다.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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