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네 번째 장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동짓날입니다.
빛과 어둠의 현묘한 균형을 다시 돌아봅니다.
우리 삶과 죽음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발치에 일렁이는 어둠, 저물어가는 생명은 빛에 가리어 쉬이 눈에 띄지 않으나,
늘 곁에 머물고 있지요.
이윽고 떠오른 달, 뒤꼍에 높이 솟은 해는 이미 환하건만
마음 닫고 눈을 감아 보지 못하곤 합니다.
“삶은 죽음의 바탕이요. 죽음은 삶의 뿌리라네.”
生者死之本 死者生之根
조선의 차인, 한재寒齋 선생의 「다부茶賦」 한 구절이 동짓날 새벽 먼동 타오는 기척 위에서 되살아납니다.
부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계를 살피면서
차 한 잔 드십시오.
동짓날,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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