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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듬이에 담은 것, 둘


동장윤다 차살림법 : 찻자리 위로 이야기를 펼치다 : 2부_32장













불교의 밀교 경전 중 하나인 <소실지갈라경(蘇悉地羯囉經)>은 산스크리트어로 <Susiddhi Karamahà Tantra>라고 쓴다. 여기서 ‘소실지(Susiddhi)’란 ‘뛰어난 성취’를 의미하고, ‘갈라(Karamahà)’란 ‘작법(作法)’을 의미하니 합치면 ‘뛰어난 성취를 이루는 법’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곁가지로 ‘탄트라’란 경전 그 자체를 의미한다. 이 경전은 밀교에서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수행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당나라 시절 수바가라(輸波迦羅) 726년에 한역해서 동아시아에 소개했다. 중국 초기 불교 중 진언종(眞言宗)에서 이를 크게 받아들였고, 진언종이 중세에 크게 발달했던 일본에서는 주요 경전 중 하나로 취급한다.


이 경전의 재미있는 점은 수행을 세속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간과 출세의 작업을 성취하는 묘법’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만큼 여기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시에 불교가 석가모니 시대의 초기에 비해 시간이 갈수록 해석이 난무하고, 이를 이용해 대중으로부터의 인기를 목적으로 하는 성격으로 변해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경전에서 설명하는 ‘다라니’라는 것이다. 다라니는 한자로 ‘진언(眞言)’을 뜻한다. 진언은 말 그대로 ‘진짜 말’인데, 이는 불법을 의미한다. 다라니를 쉽게 설명하자면 석가모니 부처의 티 없는 깨달음을 담고 있는 방이 있고, 그 방문은 굳게 잠겨 있다. 그리고 다라니는 그 문을 여는 열쇠다. 훌륭하게 수행을 이룩한 이는 깨달음의 과정을 통해 원하는 진리가 담긴 방을 여는 열쇠를 얻을 수 있게 되고, 열어서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점도 있다. 이 열쇠는 유효기간도 있고, 인원 제한도 제각각이라서 내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여 남과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버려 쓸모없는 것도 더러 존재한다는 점이다. 작년 경주국립박물관에서 공개했던 신라시대 수구다라니 두 점에는 여러 진리의 열쇠 주문이 적혀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QR코드로 ‘아이를 바라는 다라니’, ‘진리를 구하는 다라니’, ‘비가 오거나 그치기를 바라는 다라니’, ‘훌륭한 사람이 되는 다라니’, 이렇게 4개의 다라니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제공하기도 했다. 이것만 보아도 다라니에는 유효기간과 인원 제한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으로 일생을 살아내고 내생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공양이란 소중한 일이었다. 그들은 다라니를 구하기 위해 공양을 통해 성심과 성의를 마음에 새겼고, 이를 담아내는 그릇은 중요한 조건이었다. 공양 중에 액체론 된 것들을 ‘알가(argha)’라 불렀는데, <대일경(大日經)>에서는 알가를 ‘본존께 올리는 공양에 쓸 깨끗한 물’이라 말하고 있다. 이것이 중국에 들어와서 다양한 액체로 발전하면서 점차 차로 정착되었다. 그런데 이를 담아내는 그릇의 색깔이 서로 달랐다. 크게 세 종류였고, 의식에 따라 각각 하얀색, 황색, 그리고 검은색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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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살림_(오른쪽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김대희, 나눔이 / 김종훈, 우림이 / 심재용, 도짐이 / 김종훈, 차호 / 임만재, 보듬이 / 신경희, 보듬이 / 최보금, 차살림수건 / 동장윤다





첫 번째는 산티카(Santika)로서, 한자로 선리가법 혹은 식재법(息災法)이라 한다. 식재란 재난을 쉬게 한다는 뜻으로서, 산티카란 전쟁으로 발생한 모든 재앙이나, 천재지변으로 일어나는 고난과 질병으로부터 이겨낼 희망과 용기, 두려움을 소멸시키고자 하는 발원(發願)이다. 가장 흔하게 펼쳤던 의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재미있게도 이 의식을 치를 때에는 백색의 옷을 입고, 하얀색의 둥근 단(壇)에 올라 흰색의 그릇을 사용해 북쪽을 향해 수법(修法, 밀교에서, 단을 설치하고 본존을 안치하여, 공양을 올리고 기도하며 법을 닦는 일)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제갈공명이 적벽대전에서 단을 차려놓고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기도를 올린 일이 이것이었을까. 모든 사극에서 흰옷을 차려입고 정갈하게 밤낮으로 기도하는 것을 보면 그럴듯한 이야기다. 물론 시기상으로는 어림없어 보이기는 하다. 이것이 백자의 시작에 영향을 주었으리라 보기도 한다.



두 번째는 푸스티카(Pustika)로서, 한자로 보슬치가법 혹은 증익법(增益法)이라 한다. 증익이란 말 그대로 이익을 더한다는 뜻이다. 무병장수와 재물, 복덕과 번영, 소원 성취를 위해 남방의 여러 부처에게 기원하는 의식이다. 이때는 단을 황색에 사각형으로 쌓고, 황색 옷과 도구를 써야 했는데 그릇 역시 황색이었다. 이것이 금색(金色) 그릇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아비챠라카(Abhicàraka)로서, 한자로 아비차로가법 혹은 항복법(降伏法)이라 한다. 항복이란 말 그대로 부처의 힘을 빌려서 악인이나 악귀를 제압하여 항복 받는 의식이다. 산티카가 외부 세계로부터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힘을 소원한다면, 아비챠라카는 내면의 단단함과 두려움을 소멸시키는 쪽에 가깝다. 여기에 반대되는 개념이 아비샤라카(Abhisharaka)인데, 이것은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아비샤라카는 불만이 있는 곳에서 가지가 자란다. 친인척이 서로 미워하거나, 중병에 걸리게 하거나, 가족을 분열시키거나, 완고하게 하거나, 온갖 악을 행하게 만든다. 욕심을 구하고, 괴로움을 당하게 하고, 중생이 죄를 짓는 것을 보거나, 보살의 계율을 어기는 것을 보거나, 삼보를 비방하거나, 스승에게 불순종하는 것, 그 어리석음을 아비샤라카라고 한다.”


항복 받기 위해서 우리는 삼각형 모양의 흑색(혹은 적색) 단을 쌓고, 거기에 올라 검정 옷을 입은 뒤 검은 그릇을 사용하여 의식을 치르면 된다. 그리고 이것이 청자의 기원이 되는 데 영향을 주었으리라 보기도 한다.







-하편에서 계속-








정 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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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 Rothko, No. 6 (Yellow, White, Blue Over Yellow on Gray),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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