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선원청규 차법의 미학 35
若上下相看一樣齊等則爲大妙
(잔탁을 두 손으로 쥐고) 아래위로 서로 보아서 (잔탁 쥔 손의 높낮이가) 물 흐르듯 하면 대묘를 이루었다고 한다.
차가 담긴 잔탁을 두 손으로 보듬듯 쥐고, 차실 안 의자에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의 손 높낮이를 살펴본다. 선원의 차 마시는 자리는 청규에서 정해 놓은 대로 윗방(上間), 아랫방(下間)으로 나뉜다. 출가한 순서, 수행의 성취에 따른 책임과 의무에 맞게 존경받는 수행자가 윗방에 앉고 나머지 수행자가 아랫방에 앉는다.
차회에 참석한 수행자는 저마다 키나 몸 크기가 다르다. 잔탁 쥔 손 높이도 다르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잔탁 쥔 손의 높낮이가 물 흐르는 듯한 모습이라 했다. 잣대로 금 그은 듯이 엄정하고 반듯한 모양이 아니다. 조금씩 낮거나 높더라도 한 길로 나가고 있기에 그 모습은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수행 공동체 생활에 기꺼이 동참하여 정해 놓은 규칙을 따름으로써 혼자서는 이루기 어려운 수행 목표인 깨달음의 경지를 꿈꾼다. 찻자리란 함께 깨달음의 길을 좇으며 서로 이끌어주는 수행법이며, 그 길이 自然을 닮아 아름다움을 알게 하는 구절이다.
각자의 개성과 인격이 소중하듯, 빛, 공기, 물로 이루어진 자연 만물도 저마다 소중하다. 자연 속 작은 한 부분의 소중함을 깨닫는 일은 전체가 서로 관계되어 있음을 깨닫는 일이다. 모든 것이 잇닿아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개성만을 말하는 것은 어리석다.
차는 모든 것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깨치는 길이다.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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