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선원청규 차법의 미학 28
受請之人不宜慢易
(초청을 승낙하여) 찻자리에 오신 손님을 업신여기면 안 된다.
‘만역(慢易)’은 깔보다, 낮추어보다, 업신여긴다는 뜻이다. 불교 철학의 ‘아상(我相, Atma-samjna)’이다. 참다운 나(我)가 있는 것으로 아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풀이한다. 다른 말로는 아만(我慢)이라 한다. ‘자신을 높여 남을 가볍게 여기는 마음’을 뜻한다. 스스로 잘난 체하여 뽐내며 남을 함부로 대하고 삼가는 태도가 없는 ‘교만’과도 닮은 말이다. 자기의 학문이나 재산, 문벌, 지위, 성별, 인종 등을 자랑하여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 말, 행동이 곧 아상, 아만, 교만이다.
이것은 인간만의 문제이기 때문에 인간의 몸을 지녔을 때 깨닫고 극복해야 한다.찻자리는 이 세상에 사람 몸 받아 태어나 살면서, 아름다운 삶이 어떤 것인지 체험하고 누릴 수 있는 참으로 귀한 자리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 세상 모두가 수행 처이기도 하다. 찻자리에 마주 앉거나 곁에 앉은 사람이 온갖 인연으로 밉고 불편한 관계일지라도 미운 티, 불편한 빛 보이지 말고, 행동과 말씨를 끝까지 다스려 평온을 만들라는 것이다.
세상살이를 수행 살이라 여기고, 온갖 업장, 악연을 녹이고 풀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믿으면서 사는 것은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모든 인연에도 더 없는 선물이다. 그리하여 찻자리는 삶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지상에서 유일한, 방석 하나로 이루어진 나의 우주다.
정 동 주
이토록 아름다운 우주를 알려주셔서 항상 고맙습니다.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늘 서툴고 어렵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쓰고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지상에서 유일한, 방석 하나로 이루어진 나의 우주를 소중히 지키겠습니다. 늘 보중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