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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RollingTea 구르다

마음 문을 여는 일


백장선원청규 차법의 미학 36








當頭特爲之人專看主人雇揖罷然後揖上下間喫茶


손님은 겸손하게 주인을 마주 보면서 정중히 인사한 다음, 어른과 아랫사람이 서로 인사하고 나서 차를 마신다.






‘당두(當頭)’는 얼굴 마주 보는 것이다. ‘당두봉갈(當頭棒喝)’이라는 말과 연관이 있다. 선종에서 조사가 제자를 깨닫게끔 이끌기 위해 말 대신에 행하는 파격적인 선기(禪機)이다. ‘몽둥이(棒)’는 선감(宣鑑) 선사, ‘큰소리치는 갈(喝)’은 마조도일(馬祖導一) 선사에서 비롯했다. ‘전간(專看)’은 겸손하게 바라보는 것이며, ‘고읍(雇揖)’은 정성을 다하여 인사하는 것이다.


찻자리에서 왜 이렇게 자주 복잡하게 서로에게 인사하는 것일까?


선원에서 차 마시는 일은 배를 불리거나 맛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행이다. 그 수행의 목적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살펴 깨닫는 데 있다. 인사란 상대의 마음을 열기 위해 자신의 마음 문을 먼저 열어 보이는 것이다. 스스로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서 사람됨의 비밀과 내력을 서로 보여주는 행위다. 이때 술이나 갖가지 양념을 넣은 음식보다는 오직 하나로서 완전한 맛을 지닌 차가 가장 알맞다. 술은 정신을 뒤흔들고, 갖가지 양념은 저마다의 성질을 내세워 마음의 고요를 해치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차를 무착바라밀(無着波羅蜜)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 동 주









Hilma af Klint, The Seven-Pointed Star, No. 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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