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열두 번째 장
흙 속에 뿌리내리고 사는 풀과 나무의 잎, 꽃 열매, 뿌리를 먹으면서
살아가는 동물들과 인간, 물고기, 새, 곤충, 눈에 안 보이는 온갖 생명들
그들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 하며
원하는 대로 살 수 있게 하는
비가 물이 되어 만물의 젖이 되고 약이 됨을 일깨우는 곡우 날입니다.
비는 그저 내리고 물 또한 그저 흐를 뿐이지만 만물을 이롭게 합니다.
우리는 그런 물이 될 수 없을까요?
너그럽게 받아들임, 온화함, 친절함이 나를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로 흘러가는 물이 되는 차인이 될 수 없을까요?
우리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아등바등 다투고
무언가가 되기 위해 애를 쓰는 삶을 살지만
어쩌면 누군가의 것을 빼앗고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차 한 잔 앞에 놓고 물이 될 수 있는 생각을 합니다.
2022년 4월 20일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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