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청규 차법의 미학 62
却於侍者寮陳謝侍者
각어시자료진사시자
잔을 거두고 차회를 마치면 문신하고 일어선다. 손님을 배웅하는데, (스승을 방장까지 배웅한 것과 달리) 다만 대자리 밖으로 한 걸음 나섬으로써 (인사를 마친다. 이것은) 스승과 손님을 (동시에 같은 방식으로) 함께 전송하는 예禮는 없음을 나타낸다.
제자는 스승을 모시고 찻자리를 펴고 싶은 뜻을 세운 뒤, 먼저 스승의 수발을 들며 시중하는 시자가 거처하는 시자료(侍者寮)에 찾아가서 자기 생각을 말하고 도움을 청한다. 선원의 규칙으로 정해 놓은 절차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은 어느 한 제자의 찻자리 초청에 나아가는 것이 간단치 않다. 흔히 선수행을 가르치는 스승이 제자 한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을 두고 ‘지옥 하나를 더 만든다’고 하니 그 어려움이 짐작된다.
스승의 작은 손짓 하나, 가벼운 몸가짐, 걸음걸이, 물음과 대답, 표정과 목소리, 눈빛과 고갯짓 어느 하나도 제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그래서 스승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했던가. 더구나 찻자리는 인간의 언어와 문자로는 그 참뜻을 전하고 전해 받을 수 없는 깊은 깨달음의 처소이자 범주여서, 함부로 모이고 흩어지는 범사(凡事)가 아니다. 그 상징의 무게만큼 정성을 다하는 뜻으로, 스승을 찻자리에 모실 때는 스승 수발을 드는 제자의 도움을 받는다. 시자료 시자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찻자리가 끝나면, 제자는 시자료에 가서 마음을 담아 인사를 한다. 그 인사까지도 찻자리의 연장 선상에 놓인 수행인 셈이다.
차(茶)를 안다는 것은 수행의 바탕과 참모습, 인간의 도리, 삶과 죽음이 오가는 문을 여닫을 줄 안다는 뜻이다.
당신은 차(茶)를 아는가.
정 동 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