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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RollingTea 구르다

마주 서 있는 것들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세 번째 장








눈 내리시고 추워질 때가 왔음을 알리는 시간의 눈금을 대설大雪이라 불렀지요. 마주 서 있는 쪽을 향하여 씨실과 날실이 얽히듯, 이것과 저것이 서로 쉼 없이 오고 가듯, 자연은 흐르고 흘러, 그저 있습니다. 서로 향하는 그 관계는 모든 것을 변화 속에서 공존하게 합니다.


옛사람들은 추울 때 더위를, 더울 때 추위를 꼼꼼히 준비하는 삶이 순리에 맞는 일이라 듣고 보며 살았습니다. 언젠가부터 인간의 시간은 자연의 흐름을 어긋나 바삐 달아나기 시작하고, 애쓰지 않아도 크게 덥지 않고 춥지도 않은 안온함을 누리게 되었지요. 더울 때는 내가 느끼는 더위만을, 추울 때는 내가 겪는 추위만을 생각합니다. 그러는 사이 마주 서 있는 것들, 차올랐다 비고, 다가섰다 멀어지는 것들의 관계를 잊었습니다.


이윽고 맞닥뜨린 것은 한쪽으로 가파르게 기울어 아슬아슬한 생태 위기입니다. 지구온난화라는 무거운 재앙입니다. 모두의 잘못이지요.


많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자연의 관계와 변화에 순응해야 합니다.


절망의 맞은편에 희망이, 참회의 맞은편에 용서가, 삶의 맞은편에 죽음이, 순간의 맞은편에 영원히, 가난과 질병의 맞은편에 나눔과 건강이 있음을 새기고 실천하는 겨울나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추울 때는 차 한 잔 드십시오.









2021년 12월 7일, 대설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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