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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滿, 텃밭 소묘


동다헌 밥상_먹는 대로 삶이 흐른다 07


















강낭콩 콩노굿 이는 때다. 어른 무릎 높이로 자란 콩의 너풀대는 잎 사이사이로 흰색, 분홍색 꽃이 앙증맞다. 얼핏 여느 시골 콩밭과 다를 것 없어 보인다. 밭 가로 가까이 다가가면 보인다. 동다헌 콩밭 이랑과 이랑 사이 고랑에는 열무가 자란다.







맑은 국물에 단출한 양념으로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특징인 동다헌 열무 물김치.






열무, 어린 무순을 키워 담그는 김치는 동다헌 밥상의 으뜸가는 여름 음식이다. 방아잎 넣은 된장찌개와 열무 물김치가 밥상에 오르면, 아, 여름이구나 싶다. 살짝 새콤하게 시원한 국물과 아삭한 열무 줄기는 더운 한낮 밥반찬으로도 좋고, 콩국수나 냉면에 곁들여도 좋다. 거의 매 끼니 온 가족이 열무 물김치를 한 그릇 가득 먹어치우는 탓에 열무를 제때 맛있게 키우는 일이 퍽 중요하다.



열무는 무뿌리가 실해질 때까지 키우면 줄기와 잎이 세서 꺽꺽 씹는 맛이 나쁘고 맵고 쓴맛도 난다. 다섯 손가락 쫙 펼쳐 한 뼘 길이고 자랄 즈음이 물김치 담그기에 딱 좋다. 다만 한여름 땡볕 아래서는 어린 무순이 힘껏 자라지 못한다. 어느 만큼 자란 열무라 해도 하루 사이에 잎이 짙어지고 줄기는 단단해져 역시 식감이 좋지 않다. 반그늘이 필요하다.






콩 이랑 사이 고랑에 열무가 자란다. 사진 오른쪽이 올해 처음 심어 거둬들일 때가 된 열무. 얼추 열흘 간격으로 이랑을 하나씩 하나씩 넘어 씨를 뿌린다.


심은 지 얼마 안 되어 떡잎이 채 떨어지지 않은 열무.




어머니, 아버지는 강낭콩 잎 그늘을 활용하기로 하셨다. 밭을 장만할 때 콩밭 밭이랑 사이 고랑을 조금 널찍하게 만든다. 콩이 자라는 사이 절기는 데굴데굴 굴러가고, 입하 즈음 콩밭 고랑에 열무 씨를 뿌린다. 처음에는 첫 번째 고랑에만 씨를 뿌린다. 한 열흘쯤 지나면 싹을 틔운 열무가 키를 키우기 시작한다. 그러면 두 번째 고랑에 또 열무 씨를 뿌린다. 다시 열흘쯤 뒤에 세 번째 고랑에도 씨를 뿌린다. 그 사이 첫 번째 고랑에 심은 열무는 딱 먹기 좋을 만큼 자라 있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볕은 따가워지지만 열무, 어린 순은 저보다 키 큰 강낭콩 이파리를 그늘 삼아 잘 자란다.











사래 긴 콩 이랑, 열무 고랑 위로 이제 막 아침볕이 쏟아진다.

점점 小小 여름이 영글어간다 滿滿.






동다헌 앞마당 텃밭. 왼쪽에서부터 한 고랑씩 열무를 키워나간다. 단비가 왔으니 오늘 또 씨를 뿌릴 터.











[동다헌 밥상 다섯 번째 레시피 _ 동다헌 식 열무 물김치]



소만을 하루 앞두고 어머니는 올해 첫 번째 열무 물김치를 담그신다.


하루 전에 보리쌀을 푹 삶아 맛국물을 만들어두셨다. 열무 한 단을 기준으로 하자면, 보리쌀 반 공기에 물 2ℓ 정도를 붓고 끓인다. 팔팔 끓으면 불을 줄이고, 고운 밀가루를 한 숟가락 넣는다. 휘휘 저으면서 한소끔 끓인다. 고운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간을 끝낸 맛국물은 식혀 두었다가 열무와 양념이 준비되면 그 위에 부어준다.


콩고랑에서 쓱쓱 열무를 뽑아 흙을 털어낸다. 어린 무뿌리와 떡잎을 떼어내고 깔끔히 다듬는다. 물로 서너 번 헹군 다음 소금물에 절인다.






차를 만들면서 생긴 동장윤다 가루를 뿌려주었더니 좋은 거름이 되었다.






열무가 알맞게 숨이 죽었다 싶을 때 건져서 충분히 물이 빠지게 둔다. 초여름 열무는 십 분이나 십오 분 정도만 소금물에 절이면 된다. 절인 무에 물이 빠지는 동안 양파, 생강, 땡고추를 깨끗이 씻은 다음, 채 썰고 저며 둔다. 양파 한 개, 생강은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두 쪽, 땡고추 다섯 개.




어머니는 할 수 있는 한 적은 가짓수의 양념을 사용하신다. 그래야 물김치 맛이 깔끔하다. 중요한 건 양념 사이의 비율이다.





김치를 저장할 그릇에 열무를 한 층 깔고, 그 위에 다듬어둔 양파, 생강, 땡고추를 조금 올린다. 다시 열무를 그 위에 한 층 깔고, 양념 채소를 올린다. 그렇게 서너 층을 쌓는다. 절인 열무를 지나치게 만지작거리면 풀물이 배어 나와 좋지 않다. 줄기나 잎이 짓이겨지지 않게 한다. 마지막으로 만들어둔 보리쌀 맛국물을 열무가 잠길 만큼 붓는다. 손으로 다독다독 눌러준다. 뚜껑을 덮고 볕이 직접 들지 않는 곳에 하루 정도 두어 김치를 익힌다. 뒷날 냉장고에 넣어두고 한 주 정도 더 익히면 맛있게 새콤하고 시원한 열무 물김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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