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예순 번째 장
1830년대 중반 무렵 초의 스님은 그 시대의 권력자들로 알려진 유생이자 정치인들을 만나기 위해서, 유배 생활 중인 다산 선생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승려를 천민으로 분류하고 차별하고 박해하는 제도를 만든 그 유생들이었지요.
승려는 서울 사대문 출입이 금지된 터여서 동대문 밖, 청량사에서 만나자는 제의를 했습니다. 제의를 무시한 유생도 있었지요. 받아들인 이들은 저마다 하인들에게 차 도구와 차 끓일 물을 이고 지게 하여 청량사로 왔습니다.
청량사에서는 난데없는 중국 차 끓이는 소란이 벌어졌지요. 초의 스님은 그 묘한 상징의 풍경을 말없이 지켜보았습니다.
오늘, 여름 문턱으로 들어서는 입하 날, 초의 스님이 유생들에게 던지셨던 무섭고 무거운 말씀을 되뇌어 봅니다.
-이어서
2024년 5월 5일,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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