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예순여덟 번째 장
죽으나 사나 논밭에 붙박여 사는 농투성이들과
앉으나 서나 누우나 엎어져도 사람 대접 못 받는 천민들,
죽어 묻힌 뒤 무덤 앞 묘비에도 이름이 없는 여인들,
깊은 병, 무거운 부역, 끈질긴 시름에다 외롭고 가난한 이들
그 많은 가련한 사람들 없이
나라가 어찌 설 수 있겠으며
임금, 사대부는 또 어찌 존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어찌해서 하인이 끓여 바쳐야만 차를 마시는가요?
오래된 중국 차 문헌에
육안 차는 맛, 몽산 차는 약인데
조선에서 나는 차는 이 둘을 다 지녔다고 한
그 구절은 어찌 못 보셨고요?
오늘은 백로, 첫서리 내리시기 전에 정신 차리시오!
2024년 9월 7일,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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