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예순두 번째장
청량사 찻자리는 중국 차를 칭송하는 소리로 떠들썩했습니다.
초의 스님은 한참 지켜보다가 맞은편 홍현주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홍현주는 정조 임금의 사위였고, 그의 어머니, 영수합 서씨는 당대 이름난 차인이었지요. 다산 선생이 꼭 만나보라 하셨던 터라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찻자리의 고요, 차 만들고 끓일 때의 중정, 중국 차문화사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가질 만한 ‘간의대부’에 관해 짧게 여쭈었지요. 순간, 홍현주는 난처한 낯빛이 되고, 다른 사람들도 멈칫하며 조용해졌습니다. 초의 스님은 자신도 알고 싶었을 뿐이라며 얼른 사과했지만, 찻자리는 싸늘해지고 맙니다. 이날 초의 스님이 던졌던 질문은 서울 이름 있는 선비들 사이에 빠르게 퍼졌지요. 그날 이후, 초의 스님은 차를 즐긴다는 유생들을 더 만나려 몇 차례 시도했으나, 겨우 한두 사람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홍현주가 진도부사 변지화를 통해 정중히 차에 관해 물어왔습니다. 초의 스님은 정성을 기울여 차란 무엇인지 적었는데, 홍현주 한 사람이 아닌, 그 시대 모든 유생과 지도자들에게 던진 법문이었습니다.
오늘은 망종, 풀과 나무의 열매가 익어가는 날, 그 법문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2024년 6월 5일,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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