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예순네 번째 장
오래되고 이름난 절일수록 일 년 내내 권세가들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그들은 술 마시고 사냥질하러 절을 찾아왔지요. 천민으로 분류된 절 주지에게 그들 행차를 미리 알려 절 아랫마을에서 사인교, 가마를 준비토록 했습니다. 스님들이 그들을 태운 사인교를 메고 절까지 올라가고 내려오는데, 어떤 때는 그들의 노리개인 기녀들을 스님이 업고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농사꾼과 하층민은 무거운 세금, 부역, 가난, 질병, 굶주림에 시달리지만, 그 세금으로 녹봉 받고 편리를 누리는 권세가들은 중국 섬기는 데만 치우쳐 살았지요. 젊어서는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늙어서는 강산을 더럽히는 그들에게 초의 스님은 은혜를 알게 하는 차와 우주 만물의 관계망을 일러주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소서, 날씨보다 더 갑갑했던 그 백여 년 전을 떠올려봅니다.
2024년 7월 6일,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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