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청규 차법의 미학 12
一花開天地之春芳聯萬世
일화개천지지춘방련만세
한 송이 꽃으로 천지의 봄을 열어 그 향기가 영원토록 이어지게 하리다
이 글은 <백장청규경덕전등록 百丈淸規景德傳燈錄>에 나오는데, 백장선사가 동아시아에 선종을 처음 열어 주신 보리달마 조사의 제사 때 차를 처음 올리면서 읽은 축문의 끝문장이다. 뒷날 모든 헌다례의 근거가 되었다. 또한 선원 차회 때 반드시 꽃 한 송이를 꽂는 까닭이 여기에서 유래했다.
부처님이 영산회상에서 꽃 한 송이를 들어보이셨다. 대중들 누구도 그 뜻을 몰랐으나 가섭만이 빙그레 웃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정법안장과 열반묘심을 그대로 그대에게 맡기노니 잘 지키고 이어서 끊이지 않도록 하라.”
그렇게 꽃 한 송이의 법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이를 일러 불립문자不立文字 또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 말했다. 16세기 일본 차도茶道를 확립한 센리큐 역시 차실에 꽃 한 송이를 꽂았는데 이는 일본 차문화 뿌리가 선원청규차법에서 비롯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 차살림도 천 년이 훌쩍 넘는 이 귀한 문화적 전통으로 꽃 한 송이를 꽂는 차법을 이어받았다. 만물이 풍성한 이 계절에 풍족하다 낭비하지 말고 한 송이 꽃으로 오늘의 차를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
정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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