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스물세 번째 장
곤충은 껍질을 벗고 나와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껍질 안에서 나오지 못하면 죽음이지요.
인간도 생각의 껍데기를 깨고 나와야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생각이 껍질 속에 갇혀 있는 것을 고정관념이라 하는데, 결국 갇힌 채 죽지요.
급진, 보수, 좌파, 우파, 친일, 반일 등 인위적인 이론과 가치 체계를 따르는 것이 생각의 껍질입니다.
그대로 둔다면 그냥 죽어갈 겁니다.
오늘은 절리로 찬 서리 내리신다는 상강입니다.
절기란, 오래되고 낡은 욕망의 관습이나 전통의 두꺼운 껍질 속에 갇혀 살면서
차츰 작아지고 쪼잔해진 생각의 그릇에다
자연을 담아 그릇을 키워보라는 우주의 숨소리입니다.
껍질을 벗기고 나와서,
작은 그릇 속에 퍼덕이며 절망하는 현실을 바라보십시오.
눈 돌리지 말고 찬찬히 바라보아 알아채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야 눈을 감고,
광활한 우주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을 꿈꾸며,
차 한 잔 드십시오.
사람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상으로만 둘 게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이어야 합니다.
2022년 10월 23일
정 동 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