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첫 장
음력 시월 초사흘 입동 아침입니다.
구절초 시드는 곁에 쑥부쟁이 피고
저만치 연달래 그늘에는 산국 열매들이 눈물처럼 달려서
가을날 시린 서정을 켜네요.
이맘때쯤 먼동이 터 올 때는
그리움인지 목멤인지 부엉이 울고
정화수에 비친 북두칠성이 어머니 기도문이 되던
그때가 철새처럼 날아옵니다.
웬만한 길은 시꺼먼 문명의 이름으로 쓴 아스팔트 또는 시멘트로
덮이고,
찬 서리 살얼음이 돌아올 길을 막아버리고
달빛 속으로 떨어지는 별똥별 꼬리도 잘려 나가고
문패 없어도 제삿날 찾아오던 귀신들도 사라져버린
외지고 위험한 길을 물어 물어서
떠나려 합니다.
가다가 목마르면 차를 마시며
편지 적어 보내리다.
2021년 11월 7일, 입동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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