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然으로 가는 길의 안내문 16
김장 채소밭 이랑마다 낮은 짧아지고 길어지는 밤이
무 배추 어린 이파리 위에 색깔로 넓이와 키로 살아있다.
쉼 없이 가고 또 간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낮과 밤 짧아지고 길어지는 가운데로 걸어온 그대여
그대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슨 기쁨 이루고 어떤 슬픔 입었는가.
기쁨은 모두 자연으로 돌아갔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잃고 헤매는
내 몫으로 남은 건 죄와 벌의 슬픔뿐
또 한 번 추분이 와 슬픔의 이마 짚어주면서
겨울 오기 전에 참회하라 하네.
꽃무릇 붉고 아슬한 찬란함의 이승에서
애기도라지 꽃술에 고이는 하늘빛은 아득하다.
뻐꾹나리 가냘픈 화관(花冠)을 떠받치는
저 부드러운 축을 이루는 감성의 뼈와 살은
오직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을 내고 있네.
그대여, 올 가슬 보듬이에 담을 만한 삿됨 없고
사악함도 여위고 깊어서 밝은 동장윤다는
어디쯤에서 익어가고 있을까.
그 소식 듣거든 부디 전해주시게.
추분 날, 정 동 주
Comentar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