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청규 차법의 미학 11
如堂頭特爲茶湯受而不赴
如卒然病患及大小便所逼卽託同赴人說與侍者等
禮當退位如令出院 盡法無民
여당두특위다탕수이불부
여졸연병환급대소변소핍즉탁동부인설여시자등
예당퇴위여령출원 진법무민
만일 어른이 초청한 차회에 승낙하고서도 나아가지 않으면
(갑자기 병이 나거나 대소변이 급하면 즉시 함께 가던 사람에게 사정을 말해
시자에게 알려야 한다)
예법에 따라 마땅히 선원에서 쫒아내게 되는데, 정해진 바대로 다 한다면
선원에 남을 사람이 있겠는가.
차는 어른이 아랫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이 선원청규차법의 원칙이다. 제자가 스승을 모시고 펴는 차법이 있지만 매우 드문 일이다. 만약 어른이 초청한 차회에 승낙을 하고서도 이유없이 나가지 않으면 마땅히 선원에서 추방하는 벌을 받게 된다. 그만큼 차회의 엄격함이나 중요함이 수행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컸고, 이는 계울과 동등하게 여겨졌다.
차를 수행공동체 규범으로 삼았기 때문에 규범을 어긴다는 것은 수행공동체의 존립을 해친다는 뜻이다. 수행공동체의 영위를 위해 필요한 것은 모두가 이를 지키자고 약속하는 것이고, 약속을 지킴으로서 수행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니는 것이며, 그 믿음은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선종 수행자가 차를 통하여 생활규범으로 삼았던 약속, 믿음, 실천은 일본 중세 카마쿠라, 무로마치 막부 무사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나아가 일본 중세 사회 이후의 사회 규범으로 변화하여 일본 차문화의 특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정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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