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芒種有感


自然으로 가는 길의 안내문 09









망종 즈음, 물때가 되어 인적 없는 갯벌. 밀물이 들기 시작한면 먼개로 나가 바지락 캐던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망종 즈음 바다를 낀 들녘에 가서 보았다.

썰물 진 갯벌엔 바지락 캐는 사람 몇이 엎드려있다. 길섶에는 허름한 유모차가 버려지듯 서 있다.

그제야 나는 갯벌의 사람들이 우리 동네 할머니들인 줄 알았다.


저녁 무렵이면 바지락 담은 낡은 대바구니와 기역자로 굽은 허리를 낡은 유모차에 의지하여 아무도 기다리는 이 없는 텅 빈 집으로 돌아가겠지. 가서, 쓸쓸한 밤이 오면, 회한의 불도 꺼져 돌아갈 수 없는 아득한 과거가 지친 육신 위로 덮이고, 저만치서 손짓하는 죽음을 연습하듯 또 잠이 들리라.


저 노인도 한때는 망종 무렵 보리 익는 밭이며 모내기하는 무논에서 육신을 부리며 “부지런한 농사꾼에겐 나쁜 땅이 없다”라는 속담을 믿었다.

보리타작과 모내기가 한꺼번에 겹치는 한 달가량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발등에 오줌 싼다”거나 “부지깽이도 곤두선다”라며 우스갯말로 지친 몸을 위로했다.

“부지런한 벌은 슬퍼하지 않는다”는 옛말을 믿고 살았다.


그런 세월이 잊힌다.

이불 위에 모로 누운 노인의 얼굴에는 주름이 깊고 되고, 부지런한 팔과 다리는 신경통으로 온전치 않다.

농사꾼의 노동과 소망은 불면증으로 남았다.


망종 즈음 바닷가 들녘에서 보았다.

트랙터 몇 대가 논바닥을 갈아엎으면서 시꺼먼 연기와 굉음을 토해낸다.

바닥 고르기 끝낸 무논에는 빠른 기계손을 가진 이앙기가 모를 심고 있다.

모내기하던 젊은 아낙들은 이미 죽었거나 기역자 허리의 외로운 노인으로 늙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먼저다’라기 보다 ‘사람이 문제다’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자연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여전히 개발開發의 미망에 미쳐있는 망종 날, 이맘때면


우리 강산 어디서나 만날 수 있었던 조선의 꽃들을 생각한다.


까치수염, 물레나물, 기린초, 송장풀 등 새순은 훌륭한 나물거리였고 다 자라서는 약이 되어 주었다.


그런 자연에 기대어 삶을 사랑하던 사람들의 소식이 그립고 아프다.



스러져가는 것들을 떠올리며 차 한 잔 권한다.










망종 날,

정 동 주










까치수염. 꽃송이가 까치 목 옆에 난 하얀 수염 모양 깃털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물레나물. 샛노란 꽃은 망종 즈음부터 한여름까지 피고 지고 피고 진다.

소녀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기린초.

송장풀. 개속단, 개방앳잎이라고도 부른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 방풍.

발해 원추리. 동다헌 뜰에 원추리가 피기 시작하면 아, 그야말로 여름이구나 싶다.

망종 즈음에는 논일 밭일도 물일 만큼 바쁘다. 이제 막 모내기를 마친 무논에 산과 하늘이 비친다.

이앙기가 모를 심고 갔다. 농부는 기계손에 어설프게 심겼거나 스러진 어린 모가 단단히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바로 세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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