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然으로 가는 길의 안내문 02
엊그제 설을 쇠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 모두 반갑고 미더움에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새해 소망과 덕담을 주고받았습니다. 길이 안 보이고, 견디기 힘든 불안이 쌓여 얼어붙은 시대를 걱정하기도 했지요. 고통 없는 삶은 없습니다. 어쩌면 삶은 고통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의미 없는 고통은 없습니다. 고통의 의미를 깨달아 가치를 만드는 일이 삶을 숭고하게 합니다. 어려울수록 긴 호흡으로 멀리 보고, 자연에 기대어 마음 다독여봅니다. 그러는 사이 나를 옥죄어 힘들게 하던 욕심이나 원망이 ‘우수 뒤에 얼음같이’ 녹아 풀리고 평온해질 것입니다. 겨우 내 응달에 쌓였던 눈이 녹아내리고, 햇살에 점점 얇아지는 투명한 얼음장 밑으로 돌돌 흐르는 물소리가 들립니다. 머지않아 땅버들 움이 트고, 볕 바른 산수유 숲에서 수꿩이 울 테지요. 그 산, 그 바람과 강물을 느끼며 雨水茶 한 잔 나누십시오.
우수 날,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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