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然으로 가는 길의 안내문 17
찬 이슬 내린 한로 날 참취꽃 흰 향기 유리창에 어린다.
차 한 잔에 그대 소식 담아보려
무명베 자릿수건 멀리 펼친다.
수건 위로 그대 소식 은은하게 번져온다.
길고 뜨겁던 여름 건너다
이승 떠난 사람 뒤에 남아 있는 그대 쓸쓸함 보인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던 말씀을
실패와 상실로 겪은 그대 눈물 보인다.
사느라 깊게 병든 줄 모르고
고달픔에 목숨 졸이는 그대
가쁜 숨결 보인다.
해 뜨는 동에서 해 지는 서쪽까지 따라가며 기다리다 늙어가는 그대의 후회도 보인다.
어느 절간 종소린 듯 가을색으로 물드는
이별로 길 잃고 서성이는 그대들의
눈물로 쓴 편지 글자마다 데려와 차를 권한다.
무심한 江 가을 산모롱이 휘돌아가기 전에
물드는 화살나무잎 위에 참회를 적어
강물 위에 띄워 보내고는 잊어버리라고
못 잊어도 살다 보면 잊히는 것이라고
자릿수건 거두어 접고 두 손을 얹는다.
한로 날,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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