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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리꽃 다 지기 전에


自然으로 가는 길의 안내문 12


















인간의 자손들이 지구에서 번성하도록 용서받을 수 있는 존재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하늘에 바친 가장 고상한 의식이 제사였고

제사에 올린 여러 가지 제수 가운데서 차(茶)는 으뜸가는 선물이었다.

차가 인간 정신사에서 지워지지 않는 지성이자 예술로 승화시켜 낸 것은 마음의 길인 불교였다.

차를 담아 신앙의 매개로 삼고 인간의 목마름을 달래 준 것은 흙으로 빚은 다완이었고, 그것은 중국 문명의 꽃이자 상징이었다.


중국은 백자, 청자, 천목, 자사를 만들어 냈다.

일본은 특유의 자존감과 독자성으로 라쿠를 창안했다.

한국은 조선의 분청사기 시대를 지나 뒤늦게나마 ‘보듬이’를 만들어냄으로써 어둡고 긴 모방과 굴종의 식민지적 차문화를 벗어나고 있다.


뜨겁고 숨 막히는 여름날들이 대서 무렵 참나리꽃을 피운다.

조금씩 짧아지는 낮과 길어지고 있는 밤 이야기와 매미와 풀벌레와 뻐꾸기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꾸 키가 크는 참나리꽃 다 지기 전에 그대 소식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대 기다리며 동장윤다 한 잔 권한다.










대서 날,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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