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然으로 가는 길의 안내문 13
살을 태워버릴 듯 뙤약볕 뚫고 원추리 꽃대궁 타고 오르면서
날마다 분홍 꽃 피운 지 한 달 넘었는데
막바지에 닿은 원추리를 달래며 메꽃이 핀다.
메꽃 위로 고추잠자리들 날고
편백 숲에는 참매미
꾸지뽕나무에서는 쓰르라미 울어서 八月.
긴 긴 여름날 꼿꼿이 고개 들고 태양을 쳐다보며
불과 얼음, 빛과 그늘이 서로 맞물려 사는 속내를
침묵의 法問으로 說하시면서
태양보다 훨씬 아름다이 눈부신 황금 금불초.
태어난 지 백일을 갓 지난 동장윤다는
맛과 향 中正의 묘법을 부끄러운 듯 보이기 시작하고
안동布, 한삼모시는 천 년의 여름살이를 옷고름으로 여민다.
아, 새벽 예불 마친 뒤 마루에 나와 앉았을 때
상사화 피는 히어리 숲에서 신비가 울었다.
별빛을 밟고 가는 맑고 아득한 음색
새벽 고요 현악기의 어느 선이 흔들리는 선율은
발정 난 여름 숫기 달래는 오묘한 풀벌레 우는 소리였다.
마침내, 여름 건너 가을 오는 발소리.
입추 날,
정 동 주
+ [Max Ernst: Galeries Nationales Du Grand-Palais Pairs . 16 Mai - 18 Aout 1975], Max Ernst, Published by Galeries Nationales Du Grand-Palais, Paris, 1975, pp. 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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