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然으로 가는 길의 안내문 04
밤과 낮은 태양이 지휘하는 빛과 어둠의 교향악.
춘분은 빛이나 어둠만으로는 살 수 없는 생명의 본질을 설법하는 침묵의 예언자다.
어둠 스스로 빛이 들어설 자리 마련해두고 물러서는 것이 자유라면, 빛이 어둠에 감사하는 것은 승리가 아니라 자유를 향한 겸손이다.
때가 되면 빛 또한 어둠의 자리 마련하고 물러서야 하기 때문이다.
춘분은 봄이 제 분수分數를 안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구의 좋은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준다.
점령하여 지배하는 자가 주인이 아니라,
더 아끼고 보살피며 공존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다하여 아름다움을 더하는 자가 주인임을 가르친다.
인간은 주인 될 능력도 자격도 염치도 없다.
오직 저 무심한 듯 피는 수선화 한 떨기가 어둠을 삭혀 눈부신 외로움으로 낮을 피워 보인다.
밤과 낮, 빛과 어둠의 공존을 꽃 한 송이로 설법하고 있다.
춘분은 평등의 깃발, 공존의 이유, 자유의 겸손이 피운 복수초 빛깔이다.
어둠 속에서 빛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지혜로운 인내를 빌며 차 한 잔 권한다.
글 _ 정 동 주
사진 _ 정 다 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