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然으로 가는 길의 안내문 21
봄에서 여름 지나 가을 이슥하도록
차오르던 들녘 썰물 진 가슴 위로
大雪의 전설이 무소유로 차오른다.
아까워서 버리지 못했는데도
좋은 것 더 많이 채워지길 바란 생애는
번뇌의 흉터와 소유의 허물이 훈장처럼 박혀 있고
부끄러움과 상실의 상처가 명예처럼 얼룩졌다.
비움이 버릇이듯 채움도 버릇이더라. 버릇을 주인으로 섬기면 끝내 종살이에서 놓여나지 못하고 고쳐 새로운 삶을 만나지 못한다. 버릇이란 하찮고 자잘하지만 그것들이 모이고 쌓여 인생이 된다. 하찮고 자잘하여 뜯어고치기란 쉽고도 어렵더라. 버릇 고친 만큼 마음이 커지고 커진 마음엔 우주가 깃든다.
그러므로 비움을 위해 늘 깨어있으라.
깨어있는 자만 고쳐 새로운 삶을 만날 수 있다.
우주는 새로움의 우물이다.
대설 날,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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