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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디붉은 그리움 끝에 맑고 밝은 아침이


自然으로 가는 길의 안내문 05









"붉은 명자꽃 망울로 커지더니 마침내 맑은 눈물 터져버린 청명절 하루."










청명淸明은 맑고 밝은 것이다. 물이 맑고, 바람이 맑고, 날씨가 맑고, 소리가 맑으니 마침내 정신이 밝아지는 것이다.

밝아진 정신은 바로 지금 이때의 모든 것이다.

지금은 어제의 모습이며 내일의 씨앗이다. 밝은 정신이 피어준 어제를 되살피고 내일을 장만하는 그 마음을 한 번 더 챙기는 날이다.




조상님 묘에 성묘하는 저 아름다운 풍속이 청명 다음날에 든 것이 어찌 우연이랴.

1858년 청명절,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선생의 삼년상 치르던 날에 초의 스님은 제문을 적어 바치면서 함께 했던 시간을 추억하고 죽음을 애도하였다.

초의 스님은 추사를 처음 만난 1817년부터 추사 선생이 영별한 1856년까지 서른아홉 해 동안 교류하였다. 두 사람은 함께 차를 마시며 격렬하게 흔들리고 무너져 내리던 시대의 슬픔과 기쁨을 나누었다.



“…… 손수 뇌협차雷莢茶와 설유차雪乳茶를 달여 마시던 사이였던지라,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 전해 받고는 적삼 앞섶 다 젖도록 울었습니다. 살아계실 적 뵌 모습 옥거울 속에서 간절히도 찾아보건만 떠나신 뒤 이승과 저승의 슬픔은 용과 난새를 잃은 것 보다 더욱 애절하나이다.”

《일지암문집(一枝庵文集)》권2에 실려 있는 글.



하늘 머리에 이고 사는 사람치고 누군들 사무치도록 그립고 애간장 끊어내는 슬픔 없는 이 있으랴. 그 그리움과 슬픔 떠올려 되새기며 아파하고 참회하는 하루 이틀 또 그런 날들이 길고 뾰족한 가시 사이사이에서 붉은 명자꽃 망울로 커지더니 마침내 맑은 눈물 터져버린 청명절 하루.










청명 날,

정 동 주












산당화(山棠花). 겨울에 잎이 지는 떨기나무이다. 명자꽃, 당명자나무라고도 부른다.



4월에 붉은 꽃이 하나씩 또는 모여 피고, 모과를 닮은 노란 열매는 9월에 익는다. 비스듬히 자라는 가지 끝은 가시가 되기도 한다.

동다헌 꽃밭 산당화는 이곳에 뿌리내린 지 여러 해째인데, 올봄만큼 흐드러지게 핀 적이 없었다. 기다리던 것이 마침내 시작되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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