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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새로 본다는 것


自然으로 가는 길의 안내문 01 










아직 쌀쌀한 아침. 동다헌 동쪽 하늘. 아침노을 잔잔히 번지고.









입춘날입니다. 새봄이 시작된다는 때이지요.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9번 작품95, <신세계로부터>가 어울리는 때이기도 합니다. 

새봄, 새로 본다는 것. 그것은 어제까지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것, 오래전부터 내 곁에 있었으나 무슨 까닭에선가 알아채지 못했던 것을 동틀 무렵 차를 마시다 번득 깨닫는 것일지 모릅니다.  눈을 뜨고서도 몰랐던 것을 눈감으면 알게 되는 것, 또는 그 반대일 경우일 수도 있겠지요.   내 안에 살고 있지만, 두려움이나 미움, 기다림이나 싫다는 생각에 가려져 있던 것을 마침내 드러내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내 바깥 가까이에 있지만, 알 수 없는 미혹의 껍질을 덮어쓴 탓에 그냥 지나치거나 그리워했던 것을 오늘 이 순간 만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새봄은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과 밖에 익숙히 있는 것들을 새로 보는 때입니다. 빈 마음에 찾아든 깨달음의 기쁨이 새벽노을처럼 잔잔히 번지는 날입니다.  

다가올 나날 또한 그러하기를.

차 한 잔 마시는 가슴에 꽃 등불이 켜지기를 빕니다. 







 입춘 날,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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