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서른여섯 번째 장
사월 이맘때쯤 내리시는 비는
어머니 대지에 안겨 사는 목숨붙이들에게
다디단 젖이라 하여 곡우라 했습니다.
내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몸짓 하나가 누군가에게 치유가 되고
내 삶이 목숨 지닌 것 섬기는
기쁨의 비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뭔가를 배운다는 것이 오히려
본디 지닌 자연과 주고받는 능력인
영민함을 가리는
군더더기 쌓는 것이 아닌지
곡우라는 이름에 물어봅니다.
2023년 4월 20일,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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